이런뉴스(e-runnews) 김삼성 기자 | 광명시 행정의 기준에 ‘시민의 기본권’이 새롭게 들어온다.
주민이 행정에 의견을 내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행정이 시민의 권리와 존엄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살피는 동시에 지난 8년간 쌓아온 자치분권과 주민자치 경험을 헌법의 가치와 연결해 지방행정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시는 30일 정책브리핑을 열고 ‘헌법친화도시 광명’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출발점은 시민참여 제도를 새로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광명시는 그동안 시민이 지역의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정책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왔다. 500인 원탁토론회에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5천423명이 참여해 1천650건의 의견을 냈고, 이 가운데 485건이 정책에 반영됐다. 2020년에는 모든 동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했다.
이제 시가 던지는 질문은 달라졌다. ‘시민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가’에서 그치지 않고 ‘그 행정이 시민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가’를 함께 묻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광희 광명시 행정안전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시가 먼저 헌법의 기본적인 가치를 시민에게 알리고,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일상에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행정 내부의 변화도 함께 추진한다. 공직자들이 헌법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행정 과정에서 기본권과 헌법적 가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기본교육을 체계화한다.
시민교육 역시 일회성 강좌에 머물지 않는다.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노인 등 대상에 따라 헌법의 기본원리와 권리, 민주적 의사결정 등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생활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헌법 책자를 각 가정에 배포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주민자치회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광명시는 주민자치회 발전계획을 마련해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결정하는 기존 구조를 발전시키면서 시민의 권리라는 관점까지 접목할 계획이다.
특히 행정의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이 정보나 제도에 접근하지 못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도 헌법친화도시가 지향하는 방향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다.
이 같은 변화의 제도적 근거는 지난 18일 제정된 ‘헌법친화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다.
광명시는 전국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에는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공직자의 책무, 시민 헌법교육, 헌법친화도시조성위원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국 최초’라는 이름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점도 광명시가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 국장은 광명이 먼저 마련한 제도와 축적하는 경험이 다른 지방정부의 단순한 비교 대상이 아니라, 각 지역이 헌법친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본적인 뼈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명시는 올해 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지방정부 간 연구와 교육, 정책 교류를 이어간다. 2027년에는 5개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2028년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헌법개정 논의를 본격화한다.
시대 변화에 맞는 헌법의 방향을 시민이 함께 논의하고 시민의 손으로 헌법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시민주도 헌법개정’을 추진한다는 구상은 물론 2029년에는 그동안의 추진 결과와 시민 의견을 토대로 정책과 제도를 보완한다.
이와 관련 박광희 행정안전국장은 “헌법은 법전에 머무는 가치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고 행정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어야 한다”며 “시민의 존엄과 기본권을 시정 중심에 두고 시민주권이 시민 일상에 실질적인 권리로 이어지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명시가 추진하는 헌법친화도시는 기존 자치분권을 대체하는 사업이 아니다.
시민이 도시의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온 기반 위에 ‘시민의 권리를 행정이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기준을 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심은 조례 제정이나 교육 횟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직자 교육을 거친 행정이 실제 정책 과정에서 시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헌법의 가치가 주민자치와 지역 의사결정에 어떻게 녹아드는지가 헌법친화도시 광명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