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뉴스(e-runnews) 김삼성 기자 | 오산 물향기수목원의 담장 너머 풍경이 달라졌다.
수목원이 조성될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도시의 모습을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세교2지구 개발과 함께 대규모 주거지역이 수목원 가까이 들어서면서 물향기수목원은 어느새 시민들의 생활권과 맞닿은 자연공간이 됐다.
집에서는 가까워졌는데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는 것이 주민들의 불만이다.
수목원을 바로 옆에 두고도 정해진 출입구까지 돌아가야 하는 지역이 생기면서 새로운 출입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언뜻 보면 문 하나를 더 내면 끝날 문제다. 하지만 담장 안쪽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예슬 의원(더불어민주당·오산2)이 주민들의 요구를 들고 곧바로 ‘개설’을 주장하는 대신 직접 수목원 안팎을 살펴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 의원은 지난 24일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들과 물향기수목원을 찾아 주민들이 출입구 추가 개설을 요구하는 지점을 직접 확인했다. 실제 주민들이 이용하게 될 보행 동선부터 수목원 내부 환경까지 현장에서 하나씩 살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달라지는 입장
오산시 주민들에게 물향기수목원은 집 가까이에 있는 쉼터이자 산책하고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수목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물향기수목원은 단순히 나무와 꽃을 감상하는 공원이 아니다. 다양한 식물과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연구·전시하는 기능을 가진 시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목원 측은 현재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자연공존지역(OECM) 등재까지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물향기수목원이 시민 휴식공간뿐 아니라 자연과 생물자원을 보전하는 공간으로서 갖는 무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출입구 후보지를 들여다보자 수목원 측의 고민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한 곳은 야생동물 생태통로와 연결돼 있다. 이곳에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질 경우 야생동물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주변 식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다른 곳은 유전자원 증식시설과 핵심 관리구역에 인접해 있다. 일반적인 출입 동선으로 개방하기에는 수목원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따른다.
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물향기수목원은 야행성 동물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야간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출입구를 낼 경우 이용객의 안전과 관리 문제까지 따라붙는다.
주민들에게는 몇 걸음 덜 돌아가는 문제지만, 수목원에는 그 몇 걸음 안에 야생동물과 식생, 유전자원, 안전관리까지 얽혀 있는 셈이다.
물향기수목원의 ‘진짜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번 논의는 오히려 물향기수목원이 어떤 곳인지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도심에 녹지가 있다는 것과 도심 가까이에 수목원이 있다는 것은 다르다.
공원이 시민 이용에 무게를 둔다면 수목원은 그 안에 살아 있는 식물과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연구하는 역할까지 갖는다.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발길로부터 지켜야 할 공간도 품고 있다.
물향기수목원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교2지구가 들어서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이 가치는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늘어날수록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귀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목원을 일반적인 도시공원처럼 바라보고 이용 편의만을 기준으로 공간을 열 수도 없다.
이제는 ‘출입구를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를 넘어 어디까지 시민에게 열고, 어느 공간은 자연을 위해 남겨둘 것인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 의원도 이번 문제를 찬반으로 잘라 판단하지 않았다. 수목원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의 주변 여건이 크게 달라진 만큼 출입구 위치와 주변 개발계획, 향후 이용수요까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는 쪽이다.
전예슬 의원은 “물향기수목원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의 가치도 분명히 있는 곳”이라며 “어느 한쪽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주민들의 이용 편의와 수목원의 보전 기능이 함께 갈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주민과 수목원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의원 때 골목과 생활현장으로…도의원 된 뒤 활동 반경 넓어져
이번 물향기수목원 방문에서는 전예슬 의원의 달라진 의정활동 반경도 엿볼 수 있다.
오산시의원 시절부터 주민 생활과 맞닿은 현장을 직접 찾아 문제를 확인했던 전 의원은 도의회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현장을 중심에 두는 방식은 이어가고 있다.
대신 문제를 풀어가는 상대와 범위가 달라졌다. 시의원에게 주민 생활과 오산시 행정의 접점을 찾는 일이 중요했다면, 도의원에게는 지역에서 나온 문제를 경기도 행정과 정책으로 연결하는 역할이 더해진다.
물향기수목원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출입구를 불편해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지극히 생활밀착형 민원이지만, 수목원은 경기도가 관리하는 시설이다. 해법을 찾으려면 오산의 생활환경뿐 아니라 경기도의 산림·환경 행정과 수목원 관리정책까지 움직여야 한다.
전 의원은 이날 주민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관계자들과 출입구 후보지를 함께 걸으며 수목원이 개방에 신중한 이유도 직접 확인했다.
시의원 시절 생활 현장에서 문제를 찾았다면 도의원이 된 지금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 기관과 정책까지 찾아가는 셈이다. 지역구 현안을 챙기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활동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다.
출입구 하나에서 시작된 ‘물향기의 미래’
아직 새로운 출입구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만들 수 있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물향기수목원에는 필요할 수도 있다.
도시가 수목원 가까이 들어온 만큼 앞으로 물향기수목원을 이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출입구 하나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달라진 생활권 속에서 시민과 수목원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해법을 찾는 일이다.
주민들이 제기한 출입구 문제는 그런 논의를 시작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삼 드러난 것은 오산 한복판에 물향기수목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진 가치다.
도시가 수목원 인근에 다가온 지금 필요한 것은 자연을 밀어내고 사람의 길을 내는 것도, 자연을 지킨다는 이유로 시민을 멀리 두는 것도 아니다.
시민에게 다가가는 길은 새로 찾되, 물향기수목원이 간직한 자연의 시간까지 흔들지는 않는 것! 전예슬 의원과 경기도가 찾아야 할 물향기수목원 출입구의 답도 어쩌면 그 사이에 있다.















